삼성전자, 日 첨단 반도체 투자…상호 강점 공유 ‘윈윈’

삼성전자, 일본 강점으로 꼽히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기술 협력 강화와 수요 공급의 안정화 이뤄질 전망

 

삼성전자가 일본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신설하게 되면, 일본의 강점으로 꼽히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기술 협력 강화와 수요 공급의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개발 거점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은 안보상 연계 강화에 더해 반도체에서도 상호 강점을 공유하는 형태를 취하며 협력 우호관계가 경제 분야까지 확대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일본을 따라잡아, 지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후 줄곧 일본 반도체는 경쟁력을 잃고 지금은 세계 시장 점유율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소부장을 필두로 한 반도체 종합 경쟁력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산업연구원(KIET)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종합 경쟁력(2021년 기준)에 있어서 미국(96)과 대만(79) 다음으로 일본(78)이라는 분석이다. 뒤이어 중국(74), 한국(71), EU(66)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87)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평가받았지만 시스템반도체(63)는 비교 대상국 중 최하위로 평가됐고, 종합 평가에서도 6개 조사 대상국 중 5위에 그쳤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2019년 7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그 해 8월에는 한국을 자국의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이에 한국도 같은 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며 제소했고, 일본을 우리 측 화이트리스트인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빼면서 맞불을 놨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후 한 달 만에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자체 기술 확보가 시급한 분야에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원에 적극 나섰다.
아울러 경기(반도체), 충북(이차전지), 충남(디스플레이), 전북(탄소소재), 경남(정밀기계) 등 소부장 특화단지 5곳을 지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쟁력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소부장에서 나온다. 지난 2019년 당시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품목 중 불화수소 수입은 일본산이 43.9%(2019년 1∼5월 기준)를 차지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일본산이 91.9%에 달했다.
산업연구원이 산업경제분석 자료(2022년 9월)에 게재한 반도체 제조공정별 한국의 수출입 관계표(2021년)에 따르면 ‘전공정 장비’ 수입 1위 국가는 일본(40%)으로 47억8900만달러(6조4400억원)였다. 이어 미국(37%), 싱가포르(18%) 등 순으로 나타났다. ‘후공정 장비’도 일본이 29.7%로 1위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14억6900만달러(1조9700억원) 수준이다. ‘기타 장비’ 부문에서도 비중이 33%로 1위였고, ‘부품’에서는 미국(37%) 다음으로 일본(21.3%)이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은 “장비 및 부품의 수출은 대중 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수입에서는 일본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제조공정에 경쟁력이 있으나 설계 및 원천기술과 제조 장비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대중 공급망도 중요하지만 두 국가와의 기술 협력도 산업경쟁력 향상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