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순환경제 조성을 촉진하기 위한 플라스틱 종합대책을 연내 발표할 계획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기후위기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순환경제 실현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고안하도록 유도하고 플라스틱 등 폐자원의 선별률을 높여서 재활용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되돌아보고 한계점을 극복하고 시장에 녹아들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설명하진 않았다.

이날 국감에 참석한 한 장관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이행로드맵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2월 제주와 세종시에서 시행 예정인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선 시행 개선 가능성도 말했다.

NDC 이행로드맵 연내 마련“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포함돼”

한 장관은 “2030년 NDC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함께 최적의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실현가능한 이행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NDC 이행로드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6월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한 장관은 “올해는 2030 NDC 달성을 위한 (이행)로드맵 마련에 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부는 2030년 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줄이는 것으로 확정했다. 2018년 7억 2,760만 톤인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40% 감축하면 2030년 배출량은 4억 3,660만 톤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그해 12월 환경부와 외교부는 상향된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측에 제출했는데요. 당시 환경부는 NDC 달성을 위해 구체적인 이행안(로드맵)을 2022년까지 수립하며, 관련 제도 개선 및 정책·재정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올해 언제 공개될지는 미지수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상향된 NDC에 근거해 연도별·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행로드맵은 2023년 수립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택소노미, 국제기준 후퇴 지적…한 장관 “EU 국제 기준은 아냐”

한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내 원자력발전 포함 조건에 대한 질의도 국감에서 이이어졌다.

지난 9월 환경부가 공개한 K-택소노미 초안에 원전이 포함됐는데요. ▲2031년까지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적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전과 처분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 계획 및 법률 마련 등의 조건이 명시됐습니다. 이는 2025년까지 ATF를 적용하고 2050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도록 한 유럽연합(EU) 기준보다 완화된 조건이다.

한 장관은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조건이 국제 기준에 미달한단 지적에“유럽연합(EU)이 국제 기준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우려하는 바는 알겠지만 우리나라 택소노미는 가이드라인으로, 녹색투자 지침 성격으로 볼 수 있고 EU는 거기 나름대로 규제의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는 K-택소노미를, EU에 투자한다면 EU-택소노미를 따르게 될 것”이라며 “수출과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장관, 일회용컵 보증금 소비자 부담 방식 잘못돼

이번 환경부 국감에서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단연 화제였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하고, 이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환경부는 이 제도를 통해 일회용컵 재활용률(현재 5% 미만)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제도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돼 도입됐는데 지난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올해 6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가맹점주 등의 반발로 시행이 연기된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전국 확대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제주도와 세종시 선도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서 한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개선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시 보증금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은 문제라고 한 장관은 밝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국감에서 질의자로 나서 한 장관을 상대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윤 의원은 “자원재활용법에는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제품 포장지로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공병, 타이어, 건전지, 형광등 등은 재활용을 생산자가 책임지는데 일회용컵만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보증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한 컵 무인회수기를 공공장소 500곳과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매장 1,000곳에 설치하기로 한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윤 의원은 “판매한 매장에만 (일회용컵)을 반납하도록 한 건 생산자 입장에서 제도를 설계한 것”이라며 “소비자를 생각 안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고민을 더 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올해를‘탄소중립 이행 및 녹색사회 전환’을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이에 환경부는 시민 참여를 위한 순환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 등 여러 제도를 적극 시행하겠단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이 때문에 국감에서는 환경부의 정책 후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정부는) 의지가 있으며,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검토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